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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국경을 넘어

수입 고기의 진실: 싸지만 괜찮을까?

by mynews8676 2025. 5. 8.

마트에 가면 눈에 띄는 진열대가 있습니다. ‘호주산 소고기 100g 1,980원’, ‘미국산 삼겹살 할인 행사 중’이라는 문구는 소비자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수입 고기는 국내산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인식은 이제 너무 당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값싼 고기’가 과연 우리에게 이득만을 안겨주는 것일까요?

 

최근 몇 년 사이, 육류 수입 관세가 점차 낮아지거나 완전히 면제되면서 국내 유통시장에서 수입 고기의 비중은 급격히 늘었습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다양한 무관세 정책을 시행했고, 유통업계도 이에 발맞추어 ‘착한 가격’을 앞세운 마케팅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축산업이 감내해야 하는 피해, 안전성 논란, 그리고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민해봤을까요?

 

 

 

수입 고기의 진실: 싸지만 괜찮을까?
수입 고기의 진실: 싸지만 괜찮을까?

 

 

 

수입 고기, 왜 이렇게 싸졌을까?

 

육류 수입 관세 완화의 배경

정부는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축산물에 대한 수입 장벽을 점차 낮춰왔습니다. 특히 2022년 이후 육류 자급률 하락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겹치며, 정부는 긴급조치로 주요 수입 축산물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거나 무관세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 호주, 캐나다산 소·돼지고기가 이전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오게 되었고, 유통사들은 이를 활용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였습니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해외와의 가격 차이를 조정하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생산기반을 가진 국내 축산농가들입니다. 한우 농가는 고기 한 근을 팔기 위해 엄청난 사료비, 인건비, 방역비를 부담하지만, 수입 고기는 그보다 훨씬 적은 원가로 들어와 소비자의 선택을 차지합니다.

 

수입 고기의 유통 구조는 어떻게 다를까?

수입 고기는 도축-포장-운송-통관-유통의 구조를 가집니다. 이 과정은 길지만, 대규모 산업화를 통해 단가가 낮아지고 안정적 수급이 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고기는 중소 농가 중심의 소규모 생산, 지역 단위의 유통, 복잡한 중간 마진 구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수입 고기는 냉장 또는 냉동 상태로 보관되며 장기간 유통이 가능한 이점이 있지만, 이는 곧 신선도와 위생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소비자가 원산지 표시만 보고 가격에 끌려 구매할 경우,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품질로 유통됐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싸고 많지만, 안전성은 충분할까?

 

항생제·성장촉진제 사용 실태

수입 고기와 관련해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는 바로 사료 첨가물과 항생제 사용입니다. 일부 국가는 성장촉진을 위해 허용된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축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금지 대상입니다. 물론, 국내로 수입되는 고기는 일정 수준의 검역을 거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모든 잔류 물질을 100% 거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로 몇몇 수입육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항생제나 호르몬 성분이 검출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는 수입국과 우리나라의 기준 차이, 검역 샘플링 한계 등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장기적으로 소비자 건강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통 중 품질 저하, 냉동에서 냉장으로?

수입 고기는 보통 냉동 상태로 국내에 도착해 유통됩니다. 그런데 일부 유통업체는 냉동육을 냉장육처럼 해동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유통된 고기는 육질이 손상되고, 재냉동할 경우 세균 번식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수입 고기 중 일부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이 많고 질긴 부위 위주로 들어오며, 맛과 식감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론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국민 건강과 식문화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입니다.

 

 

 

싸게 먹는 고기, 정말 현명한 선택일까?

 

국내 축산업이 무너지면?

수입 고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내 축산업의 기반은 약해집니다. 한우 농가의 도산은 단순히 농민의 손실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곧 농촌 공동체 붕괴, 농업 기반 상실, 식량 자급 능력의 저하로 이어지며, 외부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입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악화되거나 무역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식탁은 한순간에 공급 불안과 가격 폭등을 겪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싸게 먹는 고기’의 그림자입니다.

 

소비자의 선택,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가 우리 사회의 구조와 산업을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가격만 보고 수입 고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원산지·안전성·유통경로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고, 때로는 국내산을 선택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지지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고가의 한우만 소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싸면 좋은 것’이라는 기준은 점차 바뀌어야 하며, 특히 가정의 건강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올바른 선택 기준이 필요합니다.

 

 

 

고기 한 점의 선택, 결국 우리 삶의 선택

 

수입 고기는 싸고, 쉽게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당장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선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축산업의 붕괴, 식량주권 상실, 건강 위험, 소비문화의 변화 같은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한 점의 고기라도 어디서 왔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때, 우리는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식탁을 지킬 수 있습니다. ‘싸서 좋다’는 단순한 기준이 아니라, 진짜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시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