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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희소성 직업관

직업은 왜 ‘일’이 아니라 ‘역할’이 되어가고 있는가?

by mynews8676 2025. 4. 15.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은 과거에 명확한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교사, 의사, 공무원, 디자이너처럼 ‘직업’이 곧 개인의 신분을 정의했고, 사회는 그에 따른 명확한 책임과 위치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경계가 흐려진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업무는 프로젝트 단위로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은 한 가지 직업이 아니라 여러 역할을 수행합니다.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 크리에이터처럼 명함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들이 맡은 역할은 언제든 변하고 또 겹쳐집니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직무 중심 사회’에서 ‘역할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놓여 있습니다. 더 이상 직업명 하나로 정체성이 설명되지 않고, 우리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통해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직업이 아니라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는지, 그 흐름이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직업은 왜 ‘일’이 아니라 ‘역할’이 되어가고 있는가?
직업은 왜 ‘일’이 아니라 ‘역할’이 되어가고 있는가?

 

 

 

 

직무는 고정되지만 역할은 진화한다

 

1-1. 직무의 시대는 왜 끝났는가?

산업사회는 대량생산과 효율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직무는 기능을 기준으로 정의되었고, 각자는 분업된 임무를 수행하며 체계를 유지했습니다. 이때 ‘직업’은 기능과 조직 속의 위치를 설명하는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이 구조는 무너졌습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반복 가능한 기능을 대체하면서, 고정된 ‘직무’의 가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늘의 일은 내일이면 기계가 더 잘할 수 있고, 어제까지 존재했던 직무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이상 ‘기능’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능은 대체되지만, 역할은 계속 새롭게 생성되고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1-2. 역할은 관계와 상황에서 태어난다

‘역할’은 언제나 맥락 속에서 정의됩니다. 팀 안에서 조율하는 사람, 공동체에서 공감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사람, 혹은 프로젝트에서 기획을 이끄는 사람. 이들은 단순한 ‘직무 수행자’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기능과 태도를 유연하게 수행하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역할 중심의 노동은 단지 업무 수행의 차원이 아닙니다. 관계 조율, 정서적 리더십, 창의적 연결성, 문제 해결 방식 같은 요소들이 포함되며, 이는 더 이상 직무기술서로는 설명되지 않는 역량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직무보다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사회적 존재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점점 더 ‘역할의 무대’가 되어간다

 

2-1. 고정된 경로보다 유연한 정체성

과거에는 하나의 직업을 통해 일생을 살아가는 경로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유동적으로 정체성을 구성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정체성에 고정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자신을 재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아침에는 콘텐츠 기획자로, 오후에는 비영리 프로젝트의 멘토로, 밤에는 글쓰기로 수입을 얻는 작가로 활동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역할로 사회에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입니다.

이처럼 개인의 정체성은 점점 ‘직업’이라는 이름표 대신, ‘내가 지금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살아있는 질문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2-2. 공동체 안에서 재발견되는 역할의 가치

사회는 개인에게 점점 더 다층적인 역할을 요구합니다. 교육자이면서 동시에 부모이며, 지역 활동가이자 디지털 크리에이터인 사람들. 이들은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동체 내의 균형을 맞추고, 다양한 가치를 생산해내는 존재입니다.

 

특히 변화가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일수록, 조직보다 유연한 공동체, 직무보다 관계 중심의 협력 구조가 더 적응력을 갖게 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서 인터프리터’ 같은 감정 기반 역할, ‘커뮤니티 촉진자’처럼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 ‘가치 번역자’처럼 복잡한 사회 담론을 이해하기 쉽게 해석하는 역할들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미래 사회는 어떤 ‘역할’을 중심으로 구성될까?

 

3-1. 지속 가능한 역할: 공감, 협력, 해석

앞으로의 사회는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 특히 정서와 관계, 의미 해석의 능력이 더욱 중심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기술과 인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역할 수행자’들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조직 내에서 갈등을 예방하고 정서적 안정을 설계하는 정서 코디네이터, 다양한 세대를 연결하는 세대 통역자, 기술을 시민의 언어로 번역하는 디지털 해석자 같은 역할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이들은 기존의 직업군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지만, 공동체에 필수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일의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3-2. 나만의 역할을 발견하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나만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단순히 직무기술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관심, 감수성, 공감 능력, 관계 방식 등을 돌아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역할은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느냐’를 통해 발견됩니다. 타인의 정서를 조율하는 능력, 팀 안에서 긴장을 완화시키는 존재감, 기술과 예술 사이를 잇는 감각 같은 것들이 바로 역할의 언어가 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능을 넘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의 장면들을 발견하고 확장하는 일입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가?

 

직업이라는 말은 이제 점점 낡은 껍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명확한 직무 하나로 정의되지 않으며,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하고 유연한 관계 구조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인가, 어떤 장면에서 타인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역할 중심 사회는 단순히 직업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개인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는 흐름입니다. 그것은 기능을 넘어서 감정, 공감, 협력, 해석, 돌봄, 창의성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능력을 중심에 놓으며, 우리가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구성하도록 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꿈꾸고 계신가요?